주제:9급 영어 통관 (안내)
(월요일) (오후) 3시 10분, 국제우편 통관 민원 창구에 (번호표) 40번이 떴다. (오늘) 들어 40번째 민원이었다.
나는 임가은, 스물여덟 살, 관세직 9급이다. 세관에 들어온 지 두 달이 됐다. 보류 (알림) 은 문자로 (전달되고) , 그 문자를 받은 (사람들) 이 이 창구로 온다. (틈) 이 나면 안내 (전단) 을 정리하고, (검사) 가 (끝난) 상자를 보관실로 옮긴다.
40번은 갈색 (털모자) 를 쓴 여자분이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며 천천히 말했다.
“ (안녕하세요) . 저는 루시아예요. 페루에서 왔어요. 이사 짐, 상자 열두 개. (세금) , (내야 해요) ?”
루시아 씨는 대학 (연구소) 에서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연구원이었다. (멀리) 리마에서 쓰던 살림을 배편 우편을 이용해 (부쳤다고) 했다. 상자는 지난주에 도착했고, 오늘 아침 과세 알림을 받았다.
이사물품 (담당) 오세진 주무관이 옆자리에서 (전산) 을 열었다. 8년 차이고, 이사물품 신고서는 (모두) 그가 본다. 그는 화면을 한 번 (훑더니) 고개를 저었다.
“신고서에 입국일이 2월 3일로 돼 있네요. (상자) 는 10월 14일 (도착) 이에요. 규정에 따르면 6개월이 (넘어서) 이사물품 (면세) 가 (안 됩니다) .”
“주무관님, 안내문 맨 뒤에 입국일 (기준) 이 (따로) …….”
오 주무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신고서는 내가 봐요. 가은 씨는 상자나 (옮겨요) .”
(정중한) 말투였다. 그러나 단호했다. 짜증난 기색은 없었다. 그는 (다음으로 넘어가) 다른 (서류) 를 (집었다) . 루시아 씨가 털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렸다. 얼굴에 (불안) 이 보였다.
“죄송해요. 제가 (한 번만) 확인해 볼게요.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
“네. (괜찮아요) . 기다려요.”
이사물품 통관 안내문은 창구 (옆) (벽) 에 붙어 있었다. 대기석에서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이였다. 앞장은 국문, 뒷장은 (외국인) 을 위한 영문이었다. 나는 영문 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첫 단락은 이사물품의 (뜻) 이었다. (해외) 에서 1년 이상 살던 사람이 국내로 거주를 옮기며 가져오는 자기 물품을 말한다. (입국한) 날부터 6개월 안에 (도착하면)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판매자) 에게서 새로 산 물건이나 팔 물건은 제외한다.
(둘째) 단락은 (반입) 규정이었다. 액체로 된 식품은 (우편) 으로 보낼 수 없다. (불법) 복제 영상물과 군대에서 쓰는 장비도 들여올 수 없다. 물품을 숨기고 신고하지 않으면 (위반자) 로 보고 가산세를 매긴다.
(핵심) 은 맨 아래 한 줄이었다. 입국일은 이번 거주를 위해 들어온 (날) 을 말한다. 그 이전에 (출장) 이나 (여행) 으로 잠깐 들어온 날은 세지 않는다. 날짜는 출입국 기록으로 확인한다.
“루시아 씨, 2월에는 (어떤 일) 로 오셨어요?”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 “2월은 면접이에요. 일주일. 그리고 페루로 (돌아갔어요) . 6월에 다시 왔어요. 그때 일을 (시작했어요) .”
출입국 기록 데이터베이스는 따로 (비밀번호) 를 넣어야 열린다. 기록은 (전자적으로) 바로 떴다. 2월 3일 입국, 2월 10일 (출국) . 그리고 6월 20일 입국이었다. 여권 속 6월 입국 (도장) 도 뚜렷했다.
6월 20일부터 10월 14일까지는 넉 달이 안 된다. (결국) (문제) 는 날짜 하나였다. (겉보기에는) 큰 문제처럼 보였지만 사소한 (실수) 였다.
“ (신고서) 에 처음 오신 날을 (적으셨어요) . 이번에 살려고 오신 날은 6월 20일이에요.”
“아, (미안해요) . 블로그 (댓글) 에서 (봤어요) . 처음 온 날, 쓰라고.”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제가 잘못 (썼어요) .”
“아니에요. 많이들 헷갈려요. (고치면) 돼요.”
(보관실) 에서 상자 하나를 가져와 (전자식) 저울에 (올렸다) . 14킬로그램이었다. 루시아 씨가 상자를 살짝 두드렸다. “이거, 겨울 상자예요.”
(뚜껑) 이 (열리자) (고무) 장화와 낡은 겨울 외투가 보였다. 손때 묻은 (휴대용) (계산기) 와 디지털 카메라, 오래된 (모뎀) 도 있었다. (게다가) 새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 오 주무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창구로 왔다. 상자를 (왜) 열었는지 직접 확인하러 온 (얼굴) 이었다.
나는 일부러 (목소리) 를 높이지 않았다. 안내문 (맨 아래) 줄과 출입국 기록 화면을 그의 앞에 (나란히) 놓았을 뿐이다.
“주무관님, 2월은 (분명히) 일주일 면접이었어요. (거주) 를 위한 (입국) 은 6월 20일이에요.”
오 주무관은 (안내문) 을 한 줄씩 짚어 읽었다. 그리고 자기 화면에 (브라우저) (창) 을 하나 더 열어 출입국 기록을 직접 비교했다. 대기석에 (앉은) (민원인)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허리를 펴고 루시아 씨 쪽으로 (몸을 돌렸다) .
“아까 (상자) 나 옮기라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 맨 아래 줄을 제대로 안 읽었습니다. 출입국 (기록) 이 제일 (믿을 만한) 자료인데요. 루시아 씨,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창구) 앞의 (긴장) 이 조금 풀렸다. 루시아 씨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숨) 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한국 (세관) , 친절해요.”
오 (주무관) 이 나를 (돌아봤다) . “정정은 가은 씨가 (해요) . 이사물품 입국일은 (앞으로) 출입국 기록부터 (같이) 봅시다.”
나는 신고서의 (잘못된) 입국일을 (삭제하고) 6월 20일을 넣었다. 과세 (처리) 를 되돌리고, (배송) 신청서의 (우편번호) 도 한 번 더 (확인했다) .
정정 확인서가 생성되자 (출력해서) 루시아 씨에게 (건넸다) . 과세 고지서 (대신) 받는 종이였다.
루시아 씨가 명랑하게 (웃었다) . “상자 열두 개, 이제 집에 (와요) ? 장화가 제일 필요해요. 한국 겨울, (무서워요) .”
“모레까지 댁으로 (갈 거예요) . 날짜는 (문자) 로 알려 드려요.”
그녀는 털모자를 (다시) (쓰고) 고개를 (숙였다) . 나는 (연) 상자를 테이프로 (닫고) , 열두 개 상자에 통관 완료 (꼬리표) 를 하나씩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