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토익 Part 7 (공연) 기술 요구서와 (이메일)
올해로 (열여덟째) 열리는 가평 솔바람 페스티벌을 삼 주 앞둔 월요일이었다. 토요일 숲 무대 밤 아홉 시 칸이 (갑자기) 비었다. 그 (시간) 출연자였던 국내 밴드가 (해외) 일정과 (겹쳐) 빠진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 열한 명짜리 (공연기획사) 다. 나는 한유진, 스물일곱, (입사) 이 년 차 막내다. 공연장 대관 (서류) 와 출연자 명단 (정리) 가 내 일이다.
오전 회의에서 오승택 기획 (팀장) 이 화이트보드의 (빈칸) 을 두드렸다. “ (방송사) 쪽에서 아이돌 팀 하나 붙여 주겠대요. 그걸로 (가죠) .”
나는 (손) 을 들었다. “노르웨이 인형극 밴드 하르바는 (어떨까요) ? 작년 (여름) 에 우연히 (공연) (영상) 을 봤는데, 지난주에 매니저한테 메일도 보내 봤어요.”
팀장이 (웃었다) . “막내가 (무슨) (섭외) 야. 해외 팀은 에이전시 끼고 하는 거예요. 인형극이면 (아마추어) (행사) 아니에요? 유진 씨는 대관 서류나 챙겨요.”
회의실 (공기) 가 잠깐 (어색해졌다) . 하르바는 북유럽 숲 축제에서 명성이 (꽤) 있는 팀이다. 노르웨이 (비평가) 들은 그 (무대) 를 ‘숲속의 오페라’라고 불렀다.
사실 (답장) 은 (이미) 와 있었다. 거절이었다. 매니저 잉그리드 씨는 (짧고) (솔직하게) 썼다. “저희는 오래 (숙고했고) , (당분간) 한국 행사는 사양하기로 했습니다.”
메일에는 공연 기술 (요구서) 가 붙어 있었다. 나는 (점심) 을 (건너뛰고) 두 쪽짜리 요구서를 소리 내어 읽었다.
(첫) (쪽) 은 공연 이야기였다. (장르) 로 치면 (포크) (발라드) 인데, 노래와 인형극이 번갈아 이어지는 초자연적인 (겨울) 이야기다. 공연은 (세 막) 으로 나누어져 있고, 곡 사이마다 화자가 나와 다음 장면을 (들려준다) . (사람) 키의 세 배쯤 되는 (괴물) 과 (눈사람) 이 천장 트러스에 (매달려) 있다가, 곡마다 내려와 (관객) 과 (상호작용한다) .
둘째 쪽은 (금지) (사항) 이었다. 공연 중 불꽃놀이와 강한 (조명) 은 (삼가) (달라고) 했다. 인형의 움직임은 어둠 (속) 손전등 (반짝임) 으로만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리허설은 최소 두 시간, 무대 앞 십 미터 안에는 카메라 (크레인) 을 두지 말 것.
(맨 아래) 에 메모가 한 줄 있었다. 작년 서울의 한 행사에서 두 가지가 다 지켜지지 않았고, (밴드) 는 (그때 이후로) 한국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요구서 (옆) 에 우리 숲 무대 도면을 (펼쳤다) . (소나무) 사이에 지은 객석 삼백 석짜리 무대다. 불꽃놀이는 육백 미터 (떨어진) 본무대에서만 하고, 여덟 시 사십 분에 (끝난다) . 방송 중계도 본무대에만 잡혀 있다.
요구서가 (바라는) 건 처음부터 숲 무대에 다 (있었다) .
그날 (오후) 답장을 다시 (썼다) . 꾸미는 말은 (빼고) , 도면과 무대 사진 네 장, 불꽃놀이 (시간표) 를 붙였다. “저희는 (큰) 회사가 아닙니다. (대신) 약속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아홉 시 숲 무대에는 불꽃도 크레인도 없고, 리허설은 오후 내내 드리겠습니다.”
(화요일) (새벽) , 휴대전화 알림에 (잠이 깼다) . “도면을 보고 (마음) 이 바뀌었습니다. 내일 오후 네 시에 화상통화가 가능할까요? 출연료 이야기는 그때 하죠.”
출근하자마자 팀장에게 메일을 보여 주었다. 팀장은 화면을 (훑더니) (의자) 를 옆으로 (돌렸다) . “ (열정) 은 (좋은) 데, 답장 한 통으로 섭외가 되는 게 아니에요. 출연료 부르는 순간 끝나요. (최악) 의 경우 우리만 우스워지고.”
팀장은 한마디를 더 붙였다. “ (가능성) 낮은 (일) 에 매달리지 마요.” (설득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도면을 다시 접었다.
(그래도) 통화를 막지는 않았다. (수요일) 네 시, (대표님) 이 “들어나 보자”며 회의실 화면의 (전원) 을 켰다. 팀장과 (팀원) 셋, 방송사에서 나온 기현수 피디까지 자리가 가득했다.
화면 (너머) 에는 잉그리드 씨와 밴드 (리더) 토르비에른 씨가 있었다. 리더 옆 탁자에 손바닥만 한 괴물 인형이 놓여 있었다. 나는 (불안해서) (펜) 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잉그리드 씨가 먼저 작년 (일화) 를 꺼냈다. “공연 중에 크레인이 괴물 (인형) 과 부딪쳤어요. 기사는 (무례하게) ‘그냥 (계속하세요) ’라고만 했고요.”
“관객의 집중력이 다 깨졌죠. (솔직히) 지금도 (불쾌한) 기억이에요. 그날 저희 (인내심) 은 다 썼고요.”
팀장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저희는 본무대를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 (훨씬) 웅장하고 조명도 (풍성하죠) . 마지막에 불꽃놀이로 마무리하면….”
내가 영어로 (옮기자) 잉그리드 씨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약속) 은 지긋지긋하게 (들었어요) . 인형극은 (본래) 어둠 속에서 하는 거예요. 저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어둠이에요.”
팀장이 나를 (봤다) . 나는 숲 무대 도면을 (화면) 에 (띄웠다) . “불꽃놀이는 여덟 시 사십 분에 본무대에서 끝납니다. 숲 무대는 육백 미터 (떨어져 있고) , 공연은 아홉 시에 (시작합니다) . 트러스 (높이) 는 칠 미터, 크레인은 들어갈 (자리) 도 없습니다.”
토르비에른 씨가 (몸) 을 앞으로 숙였다. “칠 미터면 눈사람이 끝까지 (내려올) 수 있겠네요. 마지막 (곡) 에서는 관객이 박수 대신 (손전등) 을 흔들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요.”
잉그리드 씨의 (표정) 이 조금 누그러졌다. “카메라는 아예 없나요?”
기 피디가 손을 들었다. “객석 맨 뒤에 (고정) 카메라 두 대만 두겠습니다. 저희 (채널) 에서 (페스티벌) 다큐 (시리즈) 를 하는데, 그 (정도) 면 충분히 효과적이에요.” 내가 그대로 옮기고, 위치는 피디님과 제가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
(출연료) 는 그 자리에서 (정해졌다) . 숲 무대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잉그리드 씨는 (금액) 을 조금 (양보했다) . “이 공연의 (특성) 을 먼저 읽어 (준) 곳은 처음이니까요. (토요일) (밤) 을 기대할게요.”
(통화) 가 (끝나기 전) , 토르비에른 씨가 괴물 인형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회의실에 작은 (웃음) 이 흐르는 동안 화면이 (꺼졌다) .
팀장이 일어섰다. 대표님과 피디, 팀원들이 다 있는 (자리) 였다. 팀장은 (사람들 앞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
“월요일에 막내가 무슨 섭외냐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 하르바 (건) 은 유진 씨가 끝까지 맡아요. (결정) 은 대표님이 하시겠지만.”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 “결정할 것도 없네. 유진 씨, (리허설) (시간표) 부터 짜요.” (옆자리) 선배가 (작게) (말했다) . “막내가 해냈네.”
회의가 끝나고 기 피디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객석 뒤 (카메라) (위치) 를 같이 보자고 했다. 나는 도면 위에 (작은) (점) 두 개를 (찍었다) .
그날 저녁, (출연자) (명단) 의 토요일 아홉 시 칸에 하르바의 이름을 (새로) 적었다. 그 옆에는 (연필) 로 작게 써 두었다. ‘불꽃 끝나고 이십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