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토플 읽기 (근대) 건축 (보존) 보고서
대구 (교외) 의 사과밭 사이에 붉은 (벽돌) (집) 한 채가 있다. 1926년에 지은 선교사 (사택) 이고, 지금은 시 (소유) 의 부동산이다. 올봄 시가 이 집을 (해외) 작가들의 (숙소) 로 (고치는) 국제공모를 냈다.
공모 지침서 첫 쪽은 이 집을 ‘ (기독교) 의 (초기) 선교 건축’이라고 소개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으로 (알려진) 집이었다. 근대 주거 유산이 드문 도시라 관심도 컸다.
둘째 쪽에는 (조건) 이 있었다. 기존의 구조는 (원칙적으로) (보존한다) . 전면 수리가 필요하면 그 (근거) 를 영향 검토서에 (밝힌다) .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해외) 작가들이 대구의 여름에 (적응) 할 수 있는 방을 (만들) 것. 여름 (기온) 이 38도까지 (오르는) 도시였다.
나는 정다온, 서른한 살, 서울의 한 (설계사무소) 육 년 차다. 독 (일) 에서 이 년 동안 보존 (건축) 을 (공부)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여기서) (맡는) 일은 (대개) 모형이다.
월요일 (착수) (회의) 에서 염기탁 소장이 안을 발표했다. 2 (층) 천장을 걷어 내고 유리 지붕을 (얹어) , 1층부터 지붕까지 트인 라운지를 만든다. “공모는 (대담한) 안이 (이겨요) .”
내가 (손) 을 들었다. “지침서에 (구조) 보존 (조건) 이 있는데요.” 설명하려고 하자 소장이 말을 (끊었다) . “정 씨는 모형 (담당) 이잖아요. 안은 우리가 낼 테니까, 1대50 모형이나 만들어요. 금요일까지.”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 옆자리 (인턴) 박해람 씨가 내 쪽을 흘끗 봤다. 나는 (고개) 를 (끄덕이고) 수첩 (아래쪽) 에 금요일이라고 (적었다) .
모형을 정확히 만들려면 (실측) (자료) 가 필요했다. 화요일 (아침) , 시 기록관 지하로 내려갔다. (담당자) 가 (철제) 보관함 하나를 열어 주었다.
이 상자를 찾아온 사람은 십 년 만이라고 했다. (안에는) (도면) 여섯 장과 공사 (일지) 한 권이 있었다. 일지는 (독일어) 였다.
당시 (시공자) 는 독일인 목수였다. 그는 넉 달 동안 (끊기지 않는) (기록) 을 남겼다. 필기체는 유학 때 익숙해진 글씨였다.
(선교회) 가 벽돌값을 (깎자) 불만을 적은 날도 있었다. 벽돌 벽과 나무 장선의 (조합) 은 당시 대구에서 (드문) 방식이었다고 한다.
(여름) 열기 부분에서 손이 (멈췄다) . 2층 천장 위에는 높이 1.2미터의 다락이 있다. 천장 판에는 (작은) 환기 구멍이 스물네 개 뚫려 있다. 다락이 방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여) 굴뚝 옆 창으로 내보낸다.
더 (중요한) 건 그다음 줄이었다. 천장 장선은 (양쪽) (벽) 을 수평으로 (묶는) 역할도 했다. 장선을 걷어 내면 벽 윗부분이 바깥으로 갈라질 수 있다. 목수는 그 문장에 밑줄을 그어 두었다.
시가 가진 (기존의) 실측도와도 (비교했다) . 1970년대에 그린 그 도면에는 다락이 아예 없었다. 2층 위가 바로 (지붕) 인 (잘못된) 단면이었다.
소장의 안은 그 도면 때문에 다락을 (보지 못했다) . (그래도) 현장을 보기 전에는 (확신) 할 수 없었다.
수요일에 현장에 갔다. (현관) 옆 (계단) 으로 2층에 올라가 천장 점검구를 (열었다) . 다락 환기창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장선 마흔 개가 일지에 적힌 간격 그대로 걸려 있었다.
2층 벽 (위쪽) 줄눈에는 (사소한) (금) 이 두 줄 있었다. 손으로 쓸자 (마른) 모래가 조금 부서져 내렸다. 욕실의 무쇠 (욕조) 도 장선 두 개 위에 얹혀 있었다.
마당 (끝) 에는 작은 (오두막) 이 있었다. 일지에 따르면 목수가 (작업장) 으로 쓰던 곳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오두막 문이 몇 번 덜컹거렸다.
그날 (밤) 모형을 두 벌 만들었다. 하나는 소장의 안대로, 하나는 일지대로였다. 둘 다 지붕을 덮개처럼 (들어) 올릴 수 있게 했다. 덮개를 (닫으면) 두 모형은 겉으로 (비슷했다) .
일지대로 만든 모형에는 내 안을 보탰다. 다락은 (작가) 작업실로 (쓰고) , 환기 구멍 스물네 개는 (그대로) 둔다. (유리) 지붕 대신 눈에 띄지 않는 천창 두 개만 낸다. (영구적인) 변경은 그 두 개뿐이다.
환기 구멍은 (지속적인) 청소가 필요해서 관리 (일정) 도 (검토서) 에 넣었다. 해람 씨가 초안을 같이 썼다. 일지 번역 열두 쪽은 (첨부파일) 로 붙이고, 출력본은 (스테이플러) 로 찍었다.
새벽 두 시, 창에 쓸 (투명) 수지에 기포가 생겨 (다시) 부었다. 덮개를 열면 장선과 다락이 모두 (보이게) 마감했다.
목요일 (오후) 에 내부 검토가 열렸다. (구조) 기술사 서동후 씨와 문화유산 (자문) 오정숙 박사가 왔다. 소장이 라운지 안을 설명하는 동안, 오 박사는 모형 두 벌 사이를 천천히 거닐었다.
서 (기술사) 가 (먼저) 물었다. “ (실례되는) 말이지만, 2층 장선을 걷어 내면 벽은 무엇이 (잡아) 줍니까? 1926년 벽돌이면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어요.”
소장이 (답했다) . “실측도에는 장선이 없습니다. 공사 중에 일시적인 (보강) 만 하면 됩니다.” 오 박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실측도 1970년대 거죠? (역사적으로) 이 시기 사택은 다락을 냉방에 썼어요.”
소장이 모형 쪽으로 (걸어왔다) . 일지대로 만든 모형의 덮개를 (직접) 들어 올렸다. 그는 (번역) 출력본을 넘기다가 (밑줄 친) 줄에서 멈췄다. 그러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건 어디서 났어요?” “시 (기록관) (보관함) 에 있었습니다. 목수가 남긴 일지예요. 어제 현장에서 장선 간격도 (확인했습니다) .”
서 기술사는 번역 세 군데를 (무작위로) (골라) 원문과 맞춰 봤다. “보강만으로는 (어려운) 구조네요. (사실) 다락이 이 집의 냉방 장치였던 셈이고요.”
(소장) 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서 기술사와 오 박사, 회의실의 팀원 다섯 명을 (둘러보았다) .
“월요일에 정 씨한테 모형이나 만들라고 한 말은 (취소할게요) . 제 (안) 은 틀린 도면 위에 서 있었습니다. 누가 낸 안인지와 (상관없이) (맞는) 쪽으로 갑니다. (제안서) 는 정 씨 안이고, (발표) 도 정 씨가 하세요.”
오 박사가 검토서를 펼쳤다. “장기적인 (관리) 계획도 들어 있네요. 천창 두 개는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고요. (작가들) 한테도 매력적인 방이 되겠어요.”
그녀는 일지 (사본) 을 (덮으며) 덧붙였다. “심사위원들이 (기대하는) 게 이런 안이에요. 이 목수한테 (경의) 를 표해야겠어요.”
소장은 곧바로 팀에 지시했다. (라운지) 도면은 (내리고) , 다락 작업실 (단면) 을 새로 그린다. 해람 씨가 놀란 얼굴로 내 (노트북) 을 끌어갔다.
금요일 (저녁) , 제안서는 제출 준비가 된 상태로 (서버) 에 (올라갔다) . 나는 첫 번째 모형의 유리 지붕을 (떼어) 상자에 넣었다. 두 번째 모형은 (덮개) 를 닫은 채 소장 책상 위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