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아이엘츠 읽기 영화 상영 계약서
팔월 마지막 (주) 화요일, 여수 해담국제영화제 사무국 삼 (층) 회의실이었다. (창밖) 으로 (축제) 현수막이 (바닷바람) 에 (펄럭였다) . 개막까지 다섯 주, 남은 (안건) 은 개막작 하나였다.
나는 채윤아, 서른 살, 이 (영화제) 의 프로그래머다. 아시아 (장편) 과 애니메이션 (부문) 이 내 (전문분야) 다. 오후 세 시에 선정 위원회가 (열리고) , (오전) 에는 프로그래머끼리 후보를 (좁히는) 회의가 있었다. 회의 (탁자) 에는 누가 (사 온) 도넛 한 (상자) 가 놓여 있었다.
후보는 두 편이었다. 남궁현 (수석) 프로그래머님은 『상아빛 제국』을 밀었다. 삼 년 만에 나온 (사극) 대작으로, (거대한) 성곽 세트와 (유명) (여배우) 가 (홍보) 자료 첫 장을 채웠다. 수석님은 이 영화가 사극 (부흥) 의 신호라고 했다.
(지역) 방송사도 개막식 생중계를 그 영화로 원했고, (광고주) 들 (반응) 도 좋았다. 의상팀이 (직물) 을 직접 엮어 만든 갑옷도 화제였다. 천연 (염료) 로 물들인 깃발까지 소품 목록에 있었다.
내 후보는 『 (유리) 새의 노래』였다. 한국과 그리스가 같이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서술자) 는 그리스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말한다.
그림은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선) 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현악의 소리로 (채웠다) .
수석님은 오늘도 (주름) 하나 없는 (셔츠) 에 광택이 도는 (구두) 차림이었다. “『상아빛 제국』은 (걸작) 이에요. 사극이라는 장르도 개막에 (맞고요) .”
수석님은 (콧수염) 을 한 번 쓸고 (웃었다) . “윤아 씨 후보는 젊은 프로그래머 취향이에요. 예쁜 건 알아요. 그런데 개막작은 축제의 얼굴이고, 얼굴은 (웅장해야죠) .”
회의실 (몇) 사람이 따라 웃었다. 더 (말하고) 싶은 (유혹) 을 누르고, 나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카탈로그 원고 (마감) 이 그날 밤이었다.
개막작 후보 두 편의 소개 글을 (미리) 써 두는 게 내 일이었다. 상영 시간과 (제작) (국가) , 초연 여부는 계약서를 (기반으로) 적어야 한다.
『상아빛 제국』의 상영 계약서는 영문 아홉 (쪽) 이었다. 판매사가 지난달에 (보낸) 것으로, 약어가 유난히 많았다. 일곱째 쪽에서 나는 스크롤을 멈췄다.
(조항) 은 두 줄이었다. 이 영화는 시월 이 일 자정,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에 동시 공개된다. 극장 상영 일정은 (대략적으로) 만 적혀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요즘) 대작은 극장과 플랫폼을 (함께) 잡는다. 문제는 우리 날짜였다.
우리 (개막식) 은 시월 이 일 저녁 일곱 시였다. 개막작 (규정) 은 (엄격히) 정해져 있다. 개막 상영 전에 어떤 (방식) 으로든 일반에 (공개된) (작품) 은 개막작이 될 수 없다.
마지막 쪽에는 하나가 (더) 있었다. 우리 영화제의 (우선) 상영 권한은 구월 십오 일에 (만료된다) . 날짜를 다시 (협상할) 시간도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
『유리새의 노래』는 반대였다. 판매사 계약서는 세계 초연을 우리 영화제로 못 박고 있었다. 그리스 제작사가 붙인 (유일한) (조건) 은, (작곡가) 겸 지휘자가 무대에서 직접 (연주) 를 (이끄는) 상영이었다.
점심 전에 일곱째 쪽을 (출력해) 수석님 (자리) 로 갔다. 수석님은 첫 줄만 보고 (종이) 를 (책상) (끝) 에 내려놓았다.
“판매사 대표랑 나는 이십 년 (친구) 예요. (날짜) 는 조정돼요. 이번엔 취향 말고 (규모) 로 (고르는) 거예요.” 그러고는 다음 통화를 받았다.
나는 두 편의 소개 글을 (둘 다) 썼다. 『상아빛 제국』 (원고) (끝) 에는 공개 일정 문단을 붙였다. 『유리새의 노래』 원고에는 개막 전날 오후의 리허설 일정을 적었다. (계약서) 일곱째 쪽은 (보충) 자료로 따로 (묶었다) .
(오후) 세 시, 선정 위원회는 (사무국) 일 층 (강당) 에서 열렸다. 강당 뒷줄까지 관계자들로 넘쳤다. 오세라 집행위원장님은 흰 (블라우스) 에 운동화 차림으로 앞줄에 앉았다.
그 (옆) 에 (개인) 후원자 (모임) 의 권혜원 대표님과 (방송사) 편성 담당 맹지호 피디님이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 맨 끝자리였다.
수석님이 『상아빛 제국』의 (예고편) 을 (틀었다) . 화면 가득 갑옷이 (반짝였고) , 짧은 박수가 나왔다. 예고편은 금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맹 피디님이 (마이크) 를 (잡았다) . “그런데 이 영화, 시월 이 일 (자정) 에 (온라인) 에 먼저 풀린다고 들었어요. 플랫폼 쪽에서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대요.”
수석님 (얼굴) 에서 (웃음) 이 (사라졌다) . 그는 그 자리에서 (판매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플랫폼과 맺은 날짜라 움직일 수 없다는 답이 스피커 너머로 들렸다.
위원장님이 잠깐 (쉬자고 했다) . (사람들) 이 복도로 (나가는) 동안, 수석님이 내 자리로 (걸어왔다) . “오전에 준 그 종이, 아직 있어요?”
나는 (일곱째) 쪽과 마지막 쪽을 함께 (건넸다) . 수석님은 이번에는 끝까지 (읽었다) . 만료 날짜에서 한참 눈이 머물렀다.
사람들이 (다시) 강당에 (들어오자) 수석님이 먼저 일어섰다. (위원장님) 과 권 대표님, 맹 피디님, 강당 (안내원) 까지 다 듣는 자리였다.
“오전에 제가 채윤아 (프로그래머) 후보를 (젊은) 프로그래머 (취향) 이라고 했습니다. 아까 한 말은 취소할게요. 저는 (계약서) 를 (끝까지) 안 읽었고, 채 프로그래머는 읽었습니다. 개막작 설명은 채 프로그래머가 하겠습니다.”
나는 『유리 (새) 의 노래』의 첫 (장면) 을 틀었다. (연필) 선이 떨리더니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우아하게) 날개를 (접었다) . (그리스어) 내레이션 위로 첼로와 현악기 소리가 천천히 섞였다.
“ (표면적인) (화려함) 은 『상아빛 제국』보다 덜할 거예요. 그런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새로움) 이 있어요. 대신 이날 (관객) 은 이 영화를 세상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됩니다. 지휘자는 (무대) 에, (화면) 은 그 뒤에 있고요.”
권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 (회원들) 도 그런 상영은 (즐길) 거예요. (연회) 칵테일 전에 (여기) 서 보면 되겠네요.” 맹 피디님은 지휘자와 화면을 한 번에 담을 (렌즈) 이야기를 벌써 꺼내고 있었다.
위원장님이 (결정) 을 내렸다. “개막작은 『유리새의 노래』로 갑니다. 『상아빛 제국』은 (특별) 상영으로 돌리고, 소개 (글) 은 (지금) 바로 채 프로그래머 (원고) 로 넘기죠.”
수석님이 (덧붙였다) . “특별 상영 원고도 채 프로그래머가 써 둔 걸로 갑시다. (공개) 일정 (문단) 까지요.” 위원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으로 넘어갔다.
그날 밤, 카탈로그 원고를 마지막으로 (수정했다) . 첫 장의 (빈칸) 에는 『유리새의 노래』를 (적었다) . 그리스 제작사에 보낼 메일 끝에는 (리허설) 시각을 한 번 더 (확인해서) 붙였다.